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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전집

[메르헨 전집_학원출판사]50. 하늘을 나는 버찌 아주머니

by 사서를꿈꾸는직장인 2024. 8. 27.

이 가운데 한 그루는 꾀 큰 나무로 언제나 유난히 뽐내고 있었습니다. 가지가 길고 검은데, 이 나무는 그 가지로 마녀가 자는 방 창문이나 지붕을 툭툭 두드리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녀가 낮잠 자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나무에는 크고 검붉고 달콤한 버찌가 열렸습니다. 다만 나무가 열리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만 열렸습니다.
 또 다른 한 그루의 나무는 좀더 가늘고 늘씬했으며 나뭇가지는 좀더 명랑해서 여자아이처럼 아무때나 마구 웃었습니다. 이 나무에는 보통 밝은 빛깔의 버찌가 수천 개나 열렸습니다. 그것은 작고 신 버찌였습니다.
그런데 이 두 그루의 나무는 걸핏하면 변덕이 나서 서로 자기의 버찌와 상대편 버찌를 눈 깜짝할 사이에 바꾸어 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두 그루의 나무는 마녀가 시디신 버찌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째서 마녀가 신 버찌를 좋아하는가 하면, 언젠가 신 버찌를 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말을 요술 책에서 읽었기 때문입니다.
마녀는 본디부터 겉 치장에 마음을 쓰는 여자였답니다!
마녀가 신 버찌나무에 낡아빠진 사다리를 걸쳐 놓고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자, 신 버찌는 언제나
"자 어서 따세요!"
하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그것을 보기만해도 입안 가득 군침이 괴어서 마녀는 저도 모르게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사다리를 뛰어올라 갑니다.
그런데 막상 버찌를 따려고 하면 거기에 열려 있는 것은 마녀가 몹시 싫어하는 저 괘씸한, 달콤한 버찌였습니다!
하긴 마녀도 때로는 단 버찌를 바구니에 가득 따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에게 갈 때 입니다.
마녀는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었던 것입니다. 장난꾸러기인 두 그루의 나무는 그것도 다 알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버찌 아주머니_에른스트 에커 Ernst A. Ekker & 일러스트레이터 Mukai Nagamasa이

일요일 오후 영리한 까마귀 후고가 마녀 진마링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분을 좀 확 바꾸어 보세요! 이대로 가다가는 너무 걱정이 되어서 병이 나고 말겠어요!
그래도 마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많은 사람이 모여 떠들썩한 보헤미아 유원지를 좋아하셨잖아요? 저 녹색 물의 요술을 써 보세요. 산뜻한 여름옷을 입고 라에어베르크로 날아가는 겁니다!"
마녀는 쌀쌀하게 대꾸했습니다.
"흥! 그런 건 조금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걸!"
그러나 조금 뒤 마녀는 녹색 물의 요술을 써서 산뜻한 여름옷으로 갈아입고 라에어베르크로 날아 갔습니다. 벽돌 연못 가까이에 있는 큰 소나무에 내려앉자 비를 꽃무늬가 있는 예쁜 양산으로 변하게 한 뒤 그 양산을 펴서 받고 땅 위로 내려왔습니다.
마녀가 걸어가자 젋은이들의 한 무리가 묘하게 생긴 차를 타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왔습니다.
"아가씨, 뒤에 안 타겠어?"
머리카락이 금발인 젊은이가 마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와 함께 그 젊은이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마녀는 지금 나이가 열일곱 살쯤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귀여운 소녀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버찌 아주머니_에른스트 에커 Ernst A. Ekker & 일러스트레이터 Mukai Nagamasa

이 글을 읽으면 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시골집에 한가득 있었던 앵두나무가 떠오릅니다. 앵두꽃이 피고 지던 시절, 빨간 앵두를 하루 종일 따 먹으며 행복해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때는 앵두가 얼마나 소중한지, 멀리 떠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되었죠. 지금도 여전히 철철이 피고 지는 앵두나무를 보며, 이제는 손주들까지 자라나서 누가 그 앵두를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제 집을 가지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며, 시골집의 앵두나무에서 씨를 받아 제 집 울타리에 심겠다고 다짐했었죠.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시는 두 분을 뵈면, 저의 시간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시간이 너무 다른 속도로 흐르는 것 같아 슬프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원래는 진짜 할머니가 되고 싶은 마녀 진마링에 대해 쓰려고 했지만, 왠지 글이 쉽게 써지지 않네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