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에는 두려운 빛이 떠돌고 있었다.
선생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모두 무서워하고 있어. 나를 무서워하고 있어. 나를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슬픈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테디는 어떻게 된 것일까? 테디라면 다른 아이보다 나를 잘 알고 있다. 틀림없이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그 때였다. 테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로 쾅 넘어졌다. 무엇엔가 쫓기듯 테디는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계속해서 다른 아이들도 모두 나가 버렸다.
가장 뒷자리에 있는 막스가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파이어리히 선생님, 살려 주세요! 살려 줘요, 파이어리히 선생님!"
밖에서 테디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와아 와아 제멋대로 떠들고 있었다.
이윽고 주먹으로 선생님의 다락방 문을 쿵쿵 두드리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저 어린이들은 내가 도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
파이어리히 선생님은 웃음을 떠올렸다. 이 세상에 이렇게 슬픈 미소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 방 문 앞 가득히 사람 울타리를 치고 있었다.
선생님은 잠깐 망설이다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벽 앞에 높은 거울을 세워 두었다.
아이들은 모두 흥분하여 선생님을 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굴은 불그레하게 밝아졌다. 그 곳에...... 거울 속에 자기 모습이 비쳐 보였던 것이다!
선생님은 한순간 전의 키다리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선생님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도 기뻐했다. 조금 뒤 선생님은 자기가 잘못 느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쪽을 크게 보이게 하는 볼록거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다.
귀엽고 재미있는 이야기.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에서 좋아하는 부분은 탑 학교의 일러스트이다. 나는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며 새로 지어진 신설 고등학교에 1기로 졸업했는데 그 학교는 설계부터 매우 비범하게 되어 있어서 건물 구석구석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포인트가 매우 많았고 선배 없는 학교에서 더할 나위 없는 자유를 듬뿍 누리며 지냈었다. 지금도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 입학 때로 돌아가 더 재미있게 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인데 그 배경에는 학교 건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멋진 탑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또 얼마나 멋진 추억을 쌓고 지낼까? 나에게 고등학교 생활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긍정적이게 바꿔준 황금의 시절이었기에 더욱 정감 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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