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 브룸 브룸이 물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의 꽃무늬 커튼에 코끼리 모양의 구멍이 두 개나 뚫렸는데 괜찮아요?"
할머니는 또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아니. 그게 뭐 어떻다는 거냐?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저 창문 밖 하늘은 언제나 파라니까 커튼에 파란 코끼리가 둘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란다. 파란 코끼리 둘을 볼 때마다 나는 너를 생각하게 될 거다. 너는 이 커버를 입고 이제 곧 네 사촌 르 붐을 찾으러 넓은 세상에 나가게 되겠지만 아마 고생이 많을 거야."
자기들이 먹을 것으로는 호두를, 그리고 르 붐에게는 작은 남자아이가 놀이터에서 잊어버리고 간 큰 초콜릿 크림 두 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공원 건너편 끝에 있는 식당 '엘비라의 기쁨'에서는 반숙한 달걀을 한 개 갖고 왔습니다. 한 손님이 너무 허둥대다가 남겨 놓고 간 것입니다.
반숙이 아니라고 다른 손님이 먹지 않은 삶은 달걀도 한 개 있었습니다. 빨갛고 큰 사과까지도 있었습니다. 여자아이가 유모차에서 집어던진 것입니다.
귀여운 브룸 브룸과 르 붐.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폭신한 인형 크기의 코끼리가 돌아다니고 공원의 풀숲에서 만찬을 즐기는 모습. 쨍한 파란 하늘이 작은 코끼리 모양으로 비치는 꽃무늬 커튼의 방. 늘 모든 세상이 아름답고 착한 꽃밭의 나라인 흔한 동화책의 클리셰를 벗어나서 사리사욕 차리려는 어른도 있고 동물 인권 따위는 갖다 버린 어른도 있고 아이 동물 할 거 없이 현명하게 대해 주시는 어른도 있고 용기 있는 아이들도 있는 해피엔딩 이야기. 이 책은 아이들과 읽고 나서 만들기 독후 활동을 해도 좋을 것 같다. 하얀 지점토 르 붐이나 꽃무늬 천의 브룸 브룸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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