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갈대로 되어 있으며, 물레방아가 있는 연못 깊숙한 곳에 있었습니다. 벽은 양회를 바른 것이 아니라, 진흙으로 발라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집이 물요정의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밖의 다른 것들은 여느 집과 똑같았으며 다만 훨씬 작을 뿐이었습니다.
집 안에는 부엌, 식당, 마루방, 침실 그리고 현관까지 있었습니다. 마루에는 새하얀 모래가 깨끗하게 깔려 있었으며, 창문에는 갖가지 물풀과 말 같은 걸로 엮은, 기분 좋은 녹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현관이건, 부엌이건, 식당이건, 어느 방이건 간에 온통 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기야 집이 물레방아가 있는 못 속에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물요정은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손가락이 다 있나 세어 봤을 뿐이야. 그리고 이 발을 좀 봐. 얼마나 튼튼하게 생겼나! 이 애가 크면, 예쁜 누런 장화를 신기고, 갈대와 같은 초록빛 저고리에다 갈 생 바지를 입히고 새빨간 뾰족 모자를 씌워 줄테야! ......그리고 내 마음에 제일 드는 것은, 이 아이의 머리카락이란 말이야. 당신도 알고 있지. 내가 초록빛 머리카락을 한 사내아이를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늪의 요정이 피리 구멍을 막았다 뗄 적마다, 그 구멍에서는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가느다란 갈색의 물 실오라기가 피어오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늪의 요정은 피리를 불면서 몸을 뒤로 젖히기도 하고, 허리를 앞으로 굽히기도 하였으며, 또 몸을 빙그르르 돌리기도 하였는데, 그렇게 움직임에 따라, 피리에서 피어오르는 갈색을 물 실오라기들도, 마치 베일처럼 춤을 추듯 너울거렸습니다.
작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당신께 익숙한 이름이기를. 바로 '후춧가루 총 호첸플로츠', '꼬마 유령' 그리고 '착한 마녀'의 작가님이시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중에 나의 가장 최애는 바로 이 '꼬마 물요정' 이야기. 이 이야기는 메르헨 전집 이후에 같은 일러스트로 재판이 나왔었었는데 내가 구할 당시에는 그것마저도 또 절판이 되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기억이..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작가는 늘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시작이 매우 흡입력이 있다. 읽는 데 느껴지는 맛, 읽는데 들리는 소리 또는 느껴지는 계절 배경 등이 한순간에 읽는 사람을 이야기 한가운데로 던져놓는다. 게다가 이 신비롭고 찰떡같은 일러스트란. 매우 좋소! 아주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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