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 섬에서 시장님 다음으로 훌륭한 사람은 3명의 순경입니다. 이 세 순경은 고기잡이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 세 순경의 조상들은 틀림없이 배에 있는 요리사였을 것입니다.
세 순경은 아주 멋있는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정말 훌륭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이 순경으로서 즉 경찰관으로서 얼마만큰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왜냐 하면, 파브 섬의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행복하고, 또 무척 바쁘므로 아무도 나쁜 짓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 순경은 언제나 한가하지만, 그럴 때 손수 자기의 옷을 디자인해서 새로운 제복을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 순경의 제복은 점점 더 멋진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어찌 보면 옷을 만드는 것만이 세 순경이 하는 일 가운데서 제일 중요한 일 같았습니다.
그리고, 파브 섬에 살면거 고기잡이를 하지 않는, 또 한 사람은 보츠포드하고 하는 6세 된 사내아이입니다.
보츠포드는 어린 검둥이입니다.
보츠포드의 말에 따르면 그의 조상은 줄타기 선수였다고 합니다. 조상들이 온 세계를 여행하고 있을 때, 파브 섬의 앞바다 60킬로쯤 되는 곳에서 배가 바다 깊이 빠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보츠포드는 세 순경이 입던 헌 옷을 얻어 입었습니다. 그 대신 보츠포드는 세 순경의 자전거를 돌보았습니다.
이 책은 이 세 순경과 보츠포드의 이야기입니다.
"저것 봐, 은빛 물고기야."
폴이 저도 모르게 둘레에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피터가 놀라워했습니다.
"정말 신기하군 ...... 저런 생선은 아직 본 적이 없어."
그러자 그 은빛 물고기가 뒹굴어 오더니 갑자기 말을 하였습니다.
"쉿! 그렇게 큰 소리를 내지 마세요. 아저씨들은 물고기가 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보츠포드!"
조셉이 또 큰 소리를 내려다가 당황해서 조그만 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너 여기서 뭘 하고 있니? 자라고 했는데..."
꼬마 보츠포드는 말했습니다.
"나는 섬 동쪽 그물에서 잡혔어요. 그래서, 아저씨들이 오시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영영 안 오시지나 않을까 걱정했어요."
피터가 물었습니다.
"너 그 물고기 옷은 어디서 났지?"
꼬마 보츠포드는 대답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만들었어요. 만들고 나서, 연장을 치우고 일터를 청소해 두었어요. 그러니까, 완전히 끝난 것이 7시 반쯤이었어요.
시장님은 관객석의 시민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세 순경의 자전거를 늘 완전하게 손질해 왔다는 점과, 훌륭한 물고기 옷을 세 순경과 협력해서 만들었다는 점과, 그보다도 더 훌륭한 물고기 옷을 자기 혼자 만들었다는 점과, 파브 섬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재판의 변호인으로서 재판에 이겼다는 점과, 또 세 순경을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생각해 주었다는 점과, 거기에 아울러서 참으로 똑똑한 어린이라는 것을 생각하여, 나는 보츠포드 군에게 파브 섬 정부의 중요한 지위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보츠포드 군을 파브 섬의 영관스러운 초대 보츠포드 황제로 삼겠습니다."
이와 같이 중대한 선언이 발표되자, 시민들의 박수 갈채는 폭발할 듯이 터져 그 소리는 섬 사방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이렇게 기쁜 소동이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것일까요!
새 황제가 말했습니다.
"내 옷이 이렇게 경사스러울 때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자 시장님이 말했습니다.
"자, 이 상자를 여십시오."
시장님은 둘 있는 상자 중에서 작은 것을 보츠포드 황제에게 주었습니다.
보츠포드는 곧 상자를 열었습니다.
모든 시민들은 상자 속을 들여다보려고 일제히 일어섰습니다.
상자 속에는 금빛 상자가 들어 있고, 그 뚜껑에는 파본 나라의 국기 그림이 붙어 있었습니다.
보츠 포드는 부랴부랴 그 뚜껑을 열고 그 속에서 훌륭한 제복을 꺼냈습니다.
초록빛 장식 단추가 달린 금빛 웃옷, 초록빛 비단 조끼에 자주색 허리띠, 옆에 금빛 줄이 한줄 새겨진 흰 바지, 큼직한 초록빛과 흰빛의 깃털 장식이 달린 금빛 예식 모자, 금실로 짜진 멋진 견장, 반들반들하게 손질이 된 가죽장화, 담비 가죽의 망토, 모두가 훌륭한 것들입니다.
꼬마 보츠포드는 세 순경 아저씨를 향해 외쳤습니다.
"이걸 좀 보십시오. 은으로 된 박차예요. 이렇게 깨끗한 건 본 적이 없어요."
배경만으로도 이미 한 편의 이야기이건만, 엑스트라인 마을 사람들도, 조연인 시장님도, 주연인 세 순경과 보츠포드까지 아주 캐릭터가 꽉꽉 차여 있습니다. 이 모든 빌드업이 아까워서 제가 작가라면 시리즈든 스핀오프든 더 많은 이야기를 썼을것 같아요. 이야기도 앞뒤 잘 맞물려 나아가고 거기에 금상첨화인 일러스트가 재미를 불려놓죠. 작가가 유독 강조하는 세 순경의 의상이나 물고기 옷의 구조도 그리고 시장님의 기선 내부를 아주 흥미롭게 그려놓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요. 어렸을 때도 물고기 옷의 구조도를 보고 나도 따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을 정도로 세심하고 재미있는 일러스트죠.
다만 어릴 때는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야기의 초반에는 실제 주인공인 '보츠포드'를 인종적으로 또는 연령적으로 차별하는 부분이 꽤 있어요. 처음에는 원체 오래된 이야기라 그 시대상이 반영되었나보다라고 껄끄럽게 생각했는데 결국 사건을 해결하고 초대 황제가 되는 마무리를 보았을 때는 오히려 현재 시대상을 비꼬고 앞으로의 능력 위주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살짝 보여준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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