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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전집

[메르헨 전집_학원출판사]51. 세 순경 아저씨와 바다괴물

by 사서를꿈꾸는직장인 2024. 9. 3.

파브 섬에서 시장님 다음으로 훌륭한 사람은 3명의 순경입니다. 이 세 순경은 고기잡이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 세 순경의 조상들은 틀림없이 배에 있는 요리사였을 것입니다.
세 순경은 아주 멋있는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정말 훌륭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이 순경으로서 즉 경찰관으로서 얼마만큰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왜냐 하면, 파브 섬의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행복하고, 또 무척 바쁘므로 아무도 나쁜 짓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 순경은 언제나 한가하지만, 그럴 때 손수 자기의 옷을 디자인해서 새로운 제복을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 순경의 제복은 점점 더 멋진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어찌 보면 옷을 만드는 것만이 세 순경이 하는 일 가운데서 제일 중요한 일 같았습니다.
그리고, 파브 섬에 살면거 고기잡이를 하지 않는, 또 한 사람은 보츠포드하고 하는 6세 된 사내아이입니다. 
보츠포드는 어린 검둥이입니다.
보츠포드의 말에 따르면 그의 조상은 줄타기 선수였다고 합니다. 조상들이 온 세계를 여행하고 있을 때, 파브 섬의 앞바다 60킬로쯤 되는 곳에서 배가 바다 깊이 빠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보츠포드는 세 순경이 입던 헌 옷을 얻어 입었습니다. 그 대신 보츠포드는 세 순경의 자전거를 돌보았습니다.
이 책은 이 세 순경과 보츠포드의 이야기입니다.

세 순경 아저씨와 바다괴물_윌리엄 듀보어 William Pene Du Bois & 일러스트레이터 Yanagihara Ryoh-hei

"저것 봐, 은빛 물고기야."
폴이 저도 모르게 둘레에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피터가 놀라워했습니다.
"정말 신기하군 ...... 저런 생선은 아직 본 적이 없어."
그러자 그 은빛 물고기가 뒹굴어 오더니 갑자기 말을 하였습니다.
"쉿! 그렇게 큰 소리를 내지 마세요. 아저씨들은 물고기가 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보츠포드!"
조셉이 또 큰 소리를 내려다가 당황해서 조그만 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너 여기서 뭘 하고 있니? 자라고 했는데..."
꼬마 보츠포드는 말했습니다.
"나는 섬 동쪽 그물에서 잡혔어요. 그래서, 아저씨들이 오시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영영 안 오시지나 않을까 걱정했어요."
피터가 물었습니다.
"너 그 물고기 옷은 어디서 났지?"
꼬마 보츠포드는 대답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만들었어요. 만들고 나서, 연장을 치우고 일터를 청소해 두었어요. 그러니까, 완전히 끝난 것이 7시 반쯤이었어요.

세 순경 아저씨와 바다괴물_윌리엄 듀보어 William Pene Du Bois & 일러스트레이터 Yanagihara Ryoh-hei

시장님은 관객석의 시민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세 순경의 자전거를 늘 완전하게 손질해 왔다는 점과, 훌륭한 물고기 옷을 세 순경과 협력해서 만들었다는 점과, 그보다도 더 훌륭한 물고기 옷을 자기 혼자 만들었다는 점과, 파브 섬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재판의 변호인으로서 재판에 이겼다는 점과, 또 세 순경을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생각해 주었다는 점과, 거기에 아울러서 참으로 똑똑한 어린이라는 것을 생각하여, 나는 보츠포드 군에게 파브 섬 정부의 중요한 지위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보츠포드 군을 파브 섬의 영관스러운 초대 보츠포드 황제로 삼겠습니다."
이와 같이 중대한 선언이 발표되자, 시민들의 박수 갈채는 폭발할 듯이 터져 그 소리는 섬 사방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이렇게 기쁜 소동이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것일까요! 
새 황제가 말했습니다.
"내 옷이 이렇게 경사스러울 때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자 시장님이 말했습니다.
"자, 이 상자를 여십시오."
시장님은 둘 있는 상자 중에서 작은 것을 보츠포드 황제에게 주었습니다.
보츠포드는 곧 상자를 열었습니다.
모든 시민들은 상자 속을 들여다보려고 일제히 일어섰습니다.
상자 속에는 금빛 상자가 들어 있고, 그 뚜껑에는 파본 나라의 국기 그림이 붙어 있었습니다.
보츠 포드는 부랴부랴 그 뚜껑을 열고 그 속에서 훌륭한 제복을 꺼냈습니다.
초록빛 장식 단추가 달린 금빛 웃옷, 초록빛 비단 조끼에 자주색 허리띠, 옆에 금빛 줄이 한줄 새겨진 흰 바지, 큼직한 초록빛과 흰빛의 깃털 장식이 달린 금빛 예식 모자, 금실로 짜진 멋진 견장, 반들반들하게 손질이 된 가죽장화, 담비 가죽의 망토, 모두가 훌륭한 것들입니다.
꼬마 보츠포드는 세 순경 아저씨를 향해 외쳤습니다.
"이걸 좀 보십시오. 은으로 된 박차예요. 이렇게 깨끗한 건 본 적이 없어요."

세 순경 아저씨와 바다괴물_윌리엄 듀보어 William Pene Du Bois & 일러스트레이터 Yanagihara Ryoh-hei

배경만으로도 이미 한 편의 이야기이건만, 엑스트라인 마을 사람들도, 조연인 시장님도, 주연인 세 순경과 보츠포드까지 아주 캐릭터가 꽉꽉 차여 있습니다. 이 모든 빌드업이 아까워서 제가 작가라면 시리즈든 스핀오프든 더 많은 이야기를 썼을것 같아요. 이야기도 앞뒤 잘 맞물려 나아가고 거기에 금상첨화인 일러스트가 재미를 불려놓죠. 작가가 유독 강조하는 세 순경의 의상이나 물고기 옷의 구조도 그리고 시장님의 기선 내부를 아주 흥미롭게 그려놓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요. 어렸을 때도 물고기 옷의 구조도를 보고 나도 따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을 정도로 세심하고 재미있는 일러스트죠.

다만 어릴 때는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야기의 초반에는 실제 주인공인 '보츠포드'를 인종적으로 또는 연령적으로 차별하는 부분이 꽤 있어요. 처음에는 원체 오래된 이야기라 그 시대상이 반영되었나보다라고 껄끄럽게 생각했는데 결국 사건을 해결하고 초대 황제가 되는 마무리를 보았을 때는 오히려 현재 시대상을 비꼬고 앞으로의 능력 위주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살짝 보여준게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