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3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7. 엉망진창 수도꼭지 내가 물으니 아빠도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그야 물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아빠도 진작부터 다른 여러 나라에 가 보고 싶었으니까. 운이 날 찾아오면 말이다......" "보물섬을 찾아서 떠나가자!" "마당에서 석유가 뿜어 나오면......" 티모시가 쇳소리를 지르자, 아빠는 웃으면서 노래했다. "사자꾸나, 망아지 스무 마리를." "망아지가 잔뜩 새낄 낳으면." 제럴딘이 계속하자, 티모시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 노래를 끝맺었다. "제임스포트의 제임스 씨에게 팔아 치우자." 레이크 씨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으므로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티모시는 침대 밑에서 장난감 상자를 끌어내어 뚜껑을 열었다. 그랬더니......  그 커다란 장난감 상자에 금화가 꽉 들어차 있지 뭐야. 모두 어찌나 놀랐던지.. 2024. 5. 29.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6. 눈사람 칼레 칼레는 외토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쓰라린 일인지 잘 알고 있읍니다. 칼레는 카리네 옆에 바싹 붙어서서 상냥하게 말했읍니다.  "넌 내가 여기 있어 주기를 바라니?" "응, 그래 칼레." 카리네는 상냥하게 대답했습니다. 칼레는 먼저 오른발을, 그리고 나서 왼발을 꽉 내리밟았읍니다. 어른의 먼지 끼인 눈으로 보는 이 이야기는 가슴을 콕콕 찌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떠오르고 이 전쟁을 두고 흥미진진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눈사람이라 부르지만 자꾸 작은 어린아이가 겹쳐지는 이야기. 평안하기를. *인용구의 글은 책에 인쇄된 그대로 인용합니다. 문법, 철자, 그리고 띄어쓰기가 현재의 문법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4. 5. 29.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5. 싫어 싫어 골탕먹기 산이 다섯 개 있습니다. 그 산은 모두 맨 꼭대기가 둥글며 색깔이 다 다릅니다. 첫번째는 붉은 산입니다. 붉은 산에는 사과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노란 산입니다. 노란 산에는 맛있는 바나나나무가 많습니다. 세 번째 산은 주황색입니다. 주황색 산에는 귤나무가 많습니다. 네 번째 산은 검은 산입니다. 검은 산에는 햇빛이 비치지 않습니다.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무성하며, 굵고 높은 나무가 많이 있어 언제나 밤 같습니다. 다섯 번째 산은 분홍빛입니다. 분홍빛 산에는 복숭아나무가 많습니다. 가끔 보는 일본의 아동 문학 중에는 정말 아름답구나 싶은 시적인 것들도 있고 어떻게 이런 시각으로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싶게 신선하고 순수한 것들도 많다. 특히 개인적으로 1960-1980년대 아동 문학 작가들의 동화.. 2024. 5. 23.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4. 인디언과 비버 그리고 어머니 옆에 무릎을 꿇고, 아기 비버를 부드러운 토끼털 가죽으로 만든 요 위에 놓았습니다. 이제 아기 비버는 몸이 거의 다 마르고 가슴도 힘차게 뛰고 있었으나, 아직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오페키는 아기 비버의 몸을 상냥하게 문질러 주었습니다. 이 비버는 어쩌면 이다지도 꼬리도 발도 머리도 모두 작을까요. 그 때입니다. 또다시 까마귀의 기운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다정한 격려의 울림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날아라, 크리키! 날아라! 너는 날 수 있어요. 그걸 네가 모르고 있는 것뿐이야! 네 자신이 날기를 단념해선 안 된다!" 또 하나의 책 편식의 증거. 한 책에 '인디언과 비버' 그리고 '용감한 아기 오리' 두 개의 이야기가 함께 있다. 이야기들은 적당히 .. 2024. 5. 23.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3. 장난꾸러기 도깨비 꼬마도깨비 이히체크는 배를 움켜 쥐고 웃으면서 여전히 부추겼습니다. "좀더 몸부림쳐! 더 울어!" 이히체크는 중얼거렸습니다. "알았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를. 나는 역시 웃어야 한다. 뭘 먹을 수도 없고 물도 마실 수 없는 대신 웃음만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그러나 나쁜 아이를 비웃는 일은 이제 그만 두자. 슬퍼 보이는 아이가 있으면 기쁜 일을 해 주고 마냥 웃는거다. 이히체크가 아니고 빙글체크가 되자." 이 이야기를 읽고 왜 이 책은 내 기억에 없는지 궁금해졌다. 이 전집의 대부분은 늘 기억하고 있거나 적어도 다시 읽다 보면 떠오르곤 했는데 이 책만큼은 다 읽고 나서도 이게 있었다고? 내 전집에? 왜 전혀 기억을 못 했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이상한 일이다. 왜 이렇게 기억이 싹 지워진 것 같지.. 2024. 5. 23.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2. 하늘을 나는 집 하늘을 나는 집은 마치 바위가 많은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도 같았습니다. 구름 바다에 떠 있는 바위투성이의 섬들은 쏜살같이 뒤로 사라져 갑니다. 니키와 린다는 비로소 집이 굉장한 속도로 날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었다면 그리고 픽사의 영화 UP을 안다면 그리고 영화 UP의 실화를 안다면 이 은근한 닮음에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인간의 상상력이란 그 한계가 없지만 서로 비슷한 것을 꿈꾸기도 하고, 상상이 정말 현실이 될 때도 있고, 또는 상상보다 더 놀라운 일들이 나타날 때도 있다는 거? 이야기의 마무리가 철도 기술자인 니키와 린다의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멀고 먼 나라에서 끝이 나는 것도, 이야기 시작에서 던져준 모든 떡밥을 거둬서 결국 나올 사람은 모두 나온 꼼꼼하고 깔끔한 결말도.. 2024.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