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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23. 대통령과 정글키비 관리인이 어깨에 총을 대고 쏘려 했을 때 와락 달려들어 총을 쳐서 떨어뜨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키비였습니다. "쏘지 마세요!" 이렇게 외치며 키비는 달려오는 코끼리 쪽으로 곧장 달려갔습니다. 코끼리가 막 키비를 내리밟는 것처럼 보였을 때, 키비가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메저!" 그 큰 코끼리는 틀림없는  메저였습니다.  디즈니의 정글북이 먼저였을까 이 이야기가 먼저였을까? 이런 류의 이야기의 기원은 언제부터였을까? 유럽인들이 대항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를 때? 정글에 대한 신비, 어린아이와 동물의 교감, 정글 아이가 도시로 옮겨져 사회화되는 클리셰는 서양 문화에서는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하지만 왜 그 아이는 꼭 정글을 떠나 도시에 정착해야만 하는 걸까? 왜 이야기.. 2024. 6. 11.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22. 호주머니 달린 작은 코끼리 한참 뒤, 브룸 브룸이 물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의 꽃무늬 커튼에 코끼리 모양의 구멍이 두 개나 뚫렸는데 괜찮아요?" 할머니는 또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아니. 그게 뭐 어떻다는 거냐?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저 창문 밖 하늘은 언제나 파라니까 커튼에 파란 코끼리가 둘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란다. 파란 코끼리 둘을 볼 때마다 나는 너를 생각하게 될 거다. 너는 이 커버를 입고 이제 곧 네 사촌 르 붐을 찾으러 넓은 세상에 나가게 되겠지만 아마 고생이 많을 거야." 자기들이 먹을 것으로는 호두를, 그리고 르 붐에게는 작은 남자아이가 놀이터에서 잊어버리고 간 큰 초콜릿 크림 두 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공원 건너편 끝에 있는 식당 '엘비라의 기쁨'에서는 반숙한 달걀을 한 개 갖고 왔습니다. 한 손.. 2024. 6. 6.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21. 난쟁이가 된 선생님 아이들의 눈에는 두려운 빛이 떠돌고 있었다.선생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모두 무서워하고 있어. 나를 무서워하고 있어. 나를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뭐라 말할 수 없는 슬픈 느낌이 들었다.(그런데 테디는 어떻게 된 것일까? 테디라면 다른 아이보다 나를 잘 알고 있다. 틀림없이 무서워하지는 않는다.)그 때였다. 테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로 쾅 넘어졌다. 무엇엔가 쫓기듯 테디는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계속해서 다른 아이들도 모두 나가 버렸다.가장 뒷자리에 있는 막스가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뒤돌아보지도 않았다."파이어리히 선생님, 살려 주세요! 살려 줘요, 파이어리히 선생님!"밖에서 테디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아이들은 와아 와아 제멋대로 떠들고 있었다. 이윽고 주먹.. 2024. 6. 4.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20. 꼬마 물요정 이 집은 갈대로 되어 있으며, 물레방아가 있는 연못 깊숙한 곳에 있었습니다. 벽은 양회를 바른 것이 아니라, 진흙으로 발라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집이 물요정의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밖의 다른 것들은 여느 집과 똑같았으며 다만 훨씬 작을 뿐이었습니다. 집 안에는 부엌, 식당, 마루방, 침실 그리고 현관까지 있었습니다. 마루에는 새하얀 모래가 깨끗하게 깔려 있었으며, 창문에는 갖가지 물풀과 말 같은 걸로 엮은, 기분 좋은 녹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현관이건, 부엌이건, 식당이건, 어느 방이건 간에 온통 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기야 집이 물레방아가 있는 못 속에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물요정은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손가락이 .. 2024. 6. 3.
[메르헨 전집_학원출판사]19. 사과나무 밑 우주선 그러나 문득 에디는 뭔가 본 것같이 느껴졌습니다. 목덜미가 섬뜩하고 머리카락이 쭈뻣했습니다. 3미터쯤 위에 있는 굵은 나뭇가지에서 뭔가가 움직인 것입니다! 그것은 나무의 일부처럼 보였습니다. 잎사귀 없는, 묘하게 생긴 작은 가지가 굵은 가지에 붙어 있다......고 생각했더니 그것이 움직인 것입니다. 더욱이 그것은 작은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나뭇가지 위에 서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나뭇가지 위가 아니라, 가지 밑쪽에 거꾸로 서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크기가 1미터도 채 못 되었는데, 작은 망원경을 가지고 달빛에 비추어진 마을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총알처럼 가지에서 거꾸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머리가 쿵 하고 땅에 부딪쳤습니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 2024. 5. 31.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8. 개구쟁이 오티스 조지의 것은 종이 테이프로 줄을 핀 청바지 따위는 아니다. 무릎까지 닿는 새까만 우단 반바지. 게다가 모자도 우단이다. 오티스는 PTA의 한 어머니가 낡은 드레스로 그것을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어깨에는 눈 부시게 멋진 케이프. 이것이 누군가의 못 쓰게 된 이브닝드레스로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허리에 두른 녹색 허리띠에는 나무로 깎은 짤막한 칼을 차고 있다. 마블처럼 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개구쟁이 오티스'와 '외동딸 앨런'. 근데 미안해 오티스. 정말 너를 이해할 수가 없구나. 너의 중2병, 너의 흑염룡 그리고 허술한 허세와 자존심. 나는 정말 공감할 수가 없단다. 재미있게 읽어보려고 했는데, 노력은 했는데 말이지. 미안. 다음에 먼 훗날에 다시 보자. 2024.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