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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4. 인디언과 비버 그리고 어머니 옆에 무릎을 꿇고, 아기 비버를 부드러운 토끼털 가죽으로 만든 요 위에 놓았습니다. 이제 아기 비버는 몸이 거의 다 마르고 가슴도 힘차게 뛰고 있었으나, 아직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오페키는 아기 비버의 몸을 상냥하게 문질러 주었습니다. 이 비버는 어쩌면 이다지도 꼬리도 발도 머리도 모두 작을까요. 그 때입니다. 또다시 까마귀의 기운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다정한 격려의 울림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날아라, 크리키! 날아라! 너는 날 수 있어요. 그걸 네가 모르고 있는 것뿐이야! 네 자신이 날기를 단념해선 안 된다!" 또 하나의 책 편식의 증거. 한 책에 '인디언과 비버' 그리고 '용감한 아기 오리' 두 개의 이야기가 함께 있다. 이야기들은 적당히 .. 2024. 5. 23.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3. 장난꾸러기 도깨비 꼬마도깨비 이히체크는 배를 움켜 쥐고 웃으면서 여전히 부추겼습니다. "좀더 몸부림쳐! 더 울어!" 이히체크는 중얼거렸습니다. "알았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를. 나는 역시 웃어야 한다. 뭘 먹을 수도 없고 물도 마실 수 없는 대신 웃음만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그러나 나쁜 아이를 비웃는 일은 이제 그만 두자. 슬퍼 보이는 아이가 있으면 기쁜 일을 해 주고 마냥 웃는거다. 이히체크가 아니고 빙글체크가 되자." 이 이야기를 읽고 왜 이 책은 내 기억에 없는지 궁금해졌다. 이 전집의 대부분은 늘 기억하고 있거나 적어도 다시 읽다 보면 떠오르곤 했는데 이 책만큼은 다 읽고 나서도 이게 있었다고? 내 전집에? 왜 전혀 기억을 못 했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이상한 일이다. 왜 이렇게 기억이 싹 지워진 것 같지.. 2024. 5. 23.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2. 하늘을 나는 집 하늘을 나는 집은 마치 바위가 많은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도 같았습니다. 구름 바다에 떠 있는 바위투성이의 섬들은 쏜살같이 뒤로 사라져 갑니다. 니키와 린다는 비로소 집이 굉장한 속도로 날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었다면 그리고 픽사의 영화 UP을 안다면 그리고 영화 UP의 실화를 안다면 이 은근한 닮음에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인간의 상상력이란 그 한계가 없지만 서로 비슷한 것을 꿈꾸기도 하고, 상상이 정말 현실이 될 때도 있고, 또는 상상보다 더 놀라운 일들이 나타날 때도 있다는 거? 이야기의 마무리가 철도 기술자인 니키와 린다의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멀고 먼 나라에서 끝이 나는 것도, 이야기 시작에서 던져준 모든 떡밥을 거둬서 결국 나올 사람은 모두 나온 꼼꼼하고 깔끔한 결말도.. 2024. 5. 23.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1. 고슴도치 라테의 모험 건너간 다음에 라테는 뒤돌아보았다. 방금 건너온 강 저쪽에 두 마리의 커다란 늑대가 번뜩이는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몰랐는데 저 친구들은 그 뒤 나를 죽 따라오고 있었구나.) 이렇게 생각하자 라테는 조금 겁이 났다. "저 친구들 왜 저러는 것일까?" 라테는 앞발을 들어 그들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두 마리의 늑대도 앞발을 들어 인사했다. 마치 오랜 친구가 헤어질 때의 광경 같았다. 고슴도치 라테의 모험_세바스찬 뤼벡 Sebastian Lybeck & 일러스트레이터 Kajiyama Toshio 다 건너가서 라테는 살쾡이 나라를 뒤돌아보았다. 그러자 늑대 나라를 건너왔을 때와 똑같이 두 마리의 살쾡이 보초가 저쪽에서 라테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테가 앞발을 들어 인사하자 저쪽 살쾡이 두 마리도.. 2024. 5. 10.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10. 착한 마녀 "비는 있습니까?" 작은 마녀가 물었습니다. 푸페파코른 씨는 대답했습니다. "있고말고요. 작은 비, 부엌비, 싸리비, 물론 기다란 비도 있습니다. 그리고 먼지털이도 필요하시다면 ......" "아녜요, 먼지떨이는 필요 없어요. 싸리비 하나만 주세요. "자루가 달린 것입니까, 아니면 자루가 없는 것 입니까?" 작은 마녀는 말했습니다. "자루가 있는 것을 ...... 자루가 가장 필요해요. 너무 짧으면 안 돼요."어릴 때 이 책의 표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다가 다니던 미술 학원에서 스크래치 기법이라는 것을 배우고 혼자 비밀을 풀었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슬그머니 난다. 더할 나위 없이 이야기랑 찰떡이라고 생각하는 책 표지. 안의 일러스트들도 좋지만 이렇게 임팩트 있는 것도 드무니까. 내용도 오랜만에 읽으.. 2024. 5. 10.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9. 할아버지가 좋아요 "너도 간유를 마신 적이 있을테지? 아마 세상에 그처럼 고약한 냄새는 없을 게다."나는 뱃전에서 잔뜩 몸을 내민 채 오른손에는 컵을 꽉 쥐고, 왼손으로는 코를 쥐었어. 그리고 아홉 번째 파도가 높이 솟구쳐 올랐다가 막 무너져 내리려는 순간, 떡 벌린 그 무시무시한 입 안에다 간유를 확 뿌려 버렸어.하지만, 파도는 간유를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더군. 간유라는 것을 알았는지 휙 뒤로 돌더니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도망쳐 버리고 말았어. 표지가 별로라서 손이 안가지만 읽어보면 반전인 뱃사람 할아버지의 기묘한 이야기 아동 버전. 에피소드 하나하나 보물 같은 이야기인데 책 앞표지가 함정. 나도 내용을 잊어버리고 표지만으로 읽기를 미루다가 시작하고 나서야 '아 이거 재미있었는데' 하고는 후다닥 읽어버렸다. 어렸을 .. 2024.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