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더욱 강해져서 마루며 천장에도 닿을 만큼 커졌다. 빛의 빛깔은 희지 않았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해님을 보았을 때 속눈썹에 맺히는 무지개빛이었다.
"알도라간바......"
샘은 빙크름을 들고 있다는 생각도 잊어버리고 손을 재리며 불쑥 큰 소리를 질렀다.
"와아! 우주 병원선에서 본 것 같애!"
할아버지는 소스라치게 놀라 샘을 보았다.
빙크름이 아래로 내려진 순간 큰 병의 코르크 마개가 빠졌을 때와 같은
"뻥!"
하는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의 모습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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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걱정이 되는구나. 왜냐 하면 그것이 어떤 노트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지. 할아버지가 어떤 분인가 하는 것도 아빠는 알고 있다. 아니, 어떤 분이었는가 하고 말해야 할까? 할아버지는 어찌 되셨느냐, 샘?"
샘은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노라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왈칵 넘쳤다.
샘은 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없어지셨어요"
그 말을 실마리로 해서 샘은 마치 작은 어린아이처럼 팔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일어나 샘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얹었다. 샘은 흑흑 흐느껴 울면서 모든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 샘의 울음이 멎기를 기다렸다가 커다란 손수건을 꺼내어 아들에게 내주었다.
"어서 코 풀어라. 아빠도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단다."
샘의 마음에 베타의 세계가 떠올라왔다. 시커먼 유리 절벽에 무지개빛 큰 거품 방울이 하나 매달려 있고 여러 가지로 크고 작은 구름을 타고 많은 아그피크처럼 생긴 생물이 즐겁게 떠다니고 있다. 샘의 입에서 물건을 옮겨 놓는 주문이 흘러 나오는 순간 이미 아그피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아 할아버지, 어서요. 빨리!)
샘은 마음 속으로 외쳤다. 막대기 끝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빙크름은 단단히 입구를 향하고 있다. 샘의 귓가에서 새러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샘의 얼굴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턱에서 뚝뚝 떨어진다. 샘의 생각은 오직 할아버지 생각에만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샘은 또 한 번 물건 옮기는 주문을 소리 높이 외었다.
"참 잘 했다, 샘!"
할아버지가 흰 원 안에 서 있었다.
새러는 후유 작게 한숨을 쉬고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표지에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늘 생각해 왔지만 똑똑한 일러스트에요. 확 띄는 초록색으로 눈길을 끄는 데다 배경과 인물이 서로 다른 그림체로 되어 있는 게 더욱 이 이야기에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읽기 전에 보고 읽고 나서 또 보게 되는 일러스트입니다.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비밀을 발견한 아이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전 이 쿨한 할아버지가 좋아요. 손자를 대하는 태도가 어린아이가 아니라 동등한 한 사람, 편한 친구처럼 대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샘도 엄청 철부지처럼 보였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속이 꽉 찬 아이였고 새러도 남매가 아닌 사촌으로 그려진 게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아마 작가가 본인의 사촌들과 남매 마냥 가까운 사이였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외동인 샘의 캐릭터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비슷한 또래의 서포터 캐릭터인 새러를 생각해낼 수 있었겠죠. 친구이면서 가족이고 그러면서도 약간 거리감 있는 미묘한 사이를 그리는데 이보다 더 나은 조합이 있을까요? 모든 상황을 알고도 매우 침착했던 아버지도 좋은 캐릭터였고 잠깐씩 나와 현실감이라는 양념을 쳐주는 어머니도 제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올리진 않았지만 과거에서 마술로 물건을 옮겨와서 골동품 가게를 통해 용돈벌이를 하는 할아버지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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