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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전집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9. 할아버지가 좋아요

by 사서를꿈꾸는직장인 2024. 5. 10.

"너도 간유를 마신 적이 있을테지? 아마 세상에 그처럼 고약한 냄새는 없을 게다."

나는 뱃전에서 잔뜩 몸을 내민 채 오른손에는 컵을 꽉 쥐고, 왼손으로는 코를 쥐었어. 그리고 아홉 번째 파도가 높이 솟구쳐 올랐다가 막 무너져 내리려는 순간, 떡 벌린 그 무시무시한 입 안에다 간유를 확 뿌려 버렸어.

하지만, 파도는 간유를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더군. 간유라는 것을 알았는지 휙 뒤로 돌더니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도망쳐 버리고 말았어.

할아버지가 좋아요_엘리너 퍼전 Eleanor Farjeon & 일러스트레이터 Teikichi Miyoshi


표지가 별로라서 손이 안가지만 읽어보면 반전인 뱃사람 할아버지의 기묘한 이야기 아동 버전. 에피소드 하나하나 보물 같은 이야기인데 책 앞표지가 함정. 나도 내용을 잊어버리고 표지만으로 읽기를 미루다가 시작하고 나서야 '아 이거 재미있었는데' 하고는 후다닥 읽어버렸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에피소드는 우체통처럼 생긴 소라고둥이 나오는 '초록빛 아기고양이'랑 무지개 끝에 있던 금 항아리의 금고리가 나오는 '큰 바다뱀'이었고 언제나 '아홉 번째의 파도'의 대구가 만들어 낸 간유라는 게 뭘까 궁금해했었다. 크고 나서 오메가3를 찾아먹는 나 자신을 보며 현타. 혹시라도 아홉 번째의 파도를 만났을 때 나는 이 캡슐을 터뜨려 짜면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