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말했습니다.
"걱정 말아요. 소시지는 굳어진 다음에 자르고. 우체통이 보이면 언제든지 마른 양말을 넣어 주지. 그리고 비가 올 때만 케이크를 먹으란 말이지"?
불쌍한 꼬마양은 어쩌다 하느님이 실수를 해서, 검정색으로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래서 꼬마 양은 하느님에게로 가서, 다른 양들처럼 하얗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떠나지 않았겠니?
맨 처음에 닿은 곳이 하늘나라의 작은 문이었어. 문지기는 양이 새까맣기 때문에, 들여보내려고 하지 않았단 말야. 그렇지만 꼬마양은 몸을 아주 작게 오므려 가지고 몰래 문지기 옆으로 살짝 들어갔지.
중간 문에 이르렀을 때는, 문지기가 양의 까만 색깔을 보고 동정해서 무사히 통과시켜 주었어.
그런데 맨 나중에 큰 문 문지기는 까만 양을 보자, 감동해서 이렇게 떠들었지 뭐야.
'야아, 이건 굉장히 예쁜 양인데! 새까만 양이란 정말 맘에 드는걸.'
하고 말이야. 그리고 문지기는 양을 하느님에게로 데리고 가질 않았겠니? 이렇게 되지, 작은 양은 걱정이 되었어. 만일 하느님께서 검정양 따위와는 만나기도 싫다고 하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다.
양은 근심스러워서 가는 다리를 오들오들 떨었지만, 친절한 문지기는 이렇게 외쳐 주었어.
"하느님, 당신께서는 어쩌면 모든 것을 이토록 훌륭하게 만드셨습니까? 이 까만양 또한 이렇게 예쁘고 귀여울 수가 있습니까? 당신께서도 틀림없이 이 양을 좋아하시겠지요?"
하고 말이다. 그러자 하느님은 검은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그렇다마다."
하고 말씀하셨어.
귀여운 아들과 아버지의 여행기. 너무 쿨하고 긍정적이고 생각이 깊은 아버지랑 조금 있으면 사춘기가 세게 올 거 같은 아들의 콤비가 작가는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냈을까 싶다. 특히나 아버지의 유머스러움, 재치 그리고 마음을 다독거려주는 듯한 말과 태도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다. 어떤 상황이든 이런 정신적인 여유를 가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새삼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메르헨 전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9. 할아버지가 좋아요 (0) | 2024.05.10 |
---|---|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8. 토파의 연필 (0) | 2024.05.10 |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6. 굼벵이 마을의 염소 (0) | 2024.05.07 |
[메르헨 전집_학원출판사]5. 느림보 임금님과 핌피공주 (0) | 2024.05.01 |
[메르헨 전집_학원출판사]4. 초콜릿공장의 비밀 (0) | 2024.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