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자 애너벨러와 루루벨러는 어머니와 함께 떠났다. 정말 그 아이들의 차림새는 꼴불견이었어! 할아버지는 생각했지. 누가 저런 아가씨와 춤을 출 생각이 나겠냐고 말이야. 신데렐라는 내가 같이 있었기 때문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을 그다지 지 슬퍼하는 것 같지 않았어. 우리는 주사위놀이를 시작했어. 신데렐라는 빨간 말이고 나는 초록색이었어.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나타난 것이..."
"요술 할머니?"
테디가 외쳤습니다.
"맞았다. 요술 할머니는 신데렐라에게 파티에 보내 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신데렐라는 '괜찮아요. 여기서 주사위놀이를 하겠어요.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내가 이길 것 같아요.'라고 하는 거야. 그러자 요술 할머니는 '안 돼 안 돼!' 신데렐라, 너는 파티가 열린 곳으로 가서 아름다운 왕자님이 너를 좋아하게 해야만 해.' 하고 타이르는 것이었어. 신데렐라는 정말은 나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어. 나는 신데렐라를 도와 요술 할머니가 가지고 오라는 호박과 쥐를 잡아다 주었지."
테디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정말로 그것이 마차와 말이 되는 걸 보았어?"
"암, 보다마다. 텔리비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멋있었어."
노라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래서, 신데렐라는 마차로 떠나 버렸기 때문에 나는 요술 할머니에게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지. 요술 할머니 그 날 밤 달리 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같이 하게 되었어. 정말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했어. 이기고 지는 것은 서로가 반반이었어. 요술 할머니는 속이는 일도 없었고 요술 지팡이를 쓰지도 않았어. 그 때 시계가 12시를 쳤단다. '나는 신데렐라에게 12시에는 돌아와서 푹 자라고 일렀었는데.' 그러자 요술 할머니가 잔소리를 했어. 그런 다음 요술 할머니는 요술 지팡이를 휘둘렀어. 그러자 모든 것이 본디대로 되고 말았지."
테디가 아는 체를 했습니다.
"유리 구두 말고 말이지."
"테디! 너 발이 어떻게 된 거냐?"
테디가 운동화와 양말을 맨발로 돌아온 것을 보다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테디가 대답했습니다.
"망토를 가지고 가지 않았잖아. 그래서 양말을 써야만 했어."
"애니터가 오늘 밤 돌아와 주어서 다행이다! 그 고양이에게 밥을 줄 때마다 입고 있는 것이 한 가지씩 줄어드니 말이다. 한 번만 더 가면 너는 속옷만 남게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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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튜니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집을 향해 달렸습니다. 지금 너무 바싹 따라붙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땅이 질퍽질퍽해서 잘 달릴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현관 층계에 닿기 전에 따라붙게 되면 모든 것은 다 헛일이 되고 맙니다. 어머니도 에드워드도 토루디도 그들에게 죽게 되고 집은 불타고 말 것입니다.
어머니는 또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실버너스씨! ... 애넘씨! 마인더즈씨!"
어머니는 에드워드가 시킨대로 잘 해 주기를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길이 내리막길이었으므로 인디언들은 무서운 속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인디언들의 발 소리가 어머니의 발 소리보다 훨씬 똑똑히 들렸습니다.
어머니는 가까스로 현관에 닿아 층계를 뛰어오르자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에드워드!"
그 순간 어머니는 어깨에 날카로운 아픔을 느끼며 현관 문에 넘어졌습니다.
인디언이 언제나 싸울 때 쓰는 도끼를 집어던진 것입니다.
두 개째 도끼가 휘익 날아와서 어머니의 얼굴을 스치고 옆 문에 콱 박혔습니다.
어머니가 돌아보니 인디언들은 층계로 올라오려 하고 있었습니다. 덧문으로 새어 나오는 촛불빛에 인디언들의 빨갛고 노랗고 하얗게 칠한 기분 나쁜 얼굴이 희미하게 떠올라 보였습니다.
그 순간 눈이 아찔해지는 빛과 요란한 소리가, 어머니가 서 있는 층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연기가 자욱하게 언저리에 꽉 끼었습니다.
앞장선 인디언이 앞으로 고꾸라지고, 뒤에 있던 둘은 퉁겨져 뒤로 넘어지며 달아났습니다. 어머니에게는 그 것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에드워드가 화승총을 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냥한 테디. 테디 마음은 아마 이스터 시즌에 나오는 노랑과 분홍 줄무늬의 보드랍고 말랑한 마시멜로 같을 겁니다. 하얗게 반짝이는 설탕도 뿌려져 있을 거예요.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알고 자기 생각이 깊은 사람. 느려 보여도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가고 있는 사람. 우리가 이상하는 '좋은 사람'이지요. 자라나는 아이를 보면서 이 '좋은 사람'으로 한 존재를 키워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늘 느낍니다. 운이 좋을 때도 있고 공을 많이 들여서 만들어 내야 할 때도 있지요. 가끔은 쓴맛, 단 맛 다 맛봐가며 겪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불완전한 내가 백지의 존재를 완전함에 가깝게 만들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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