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카스팔의 할머니는 집 앞의 햇볕 바른 긴의자에 걸터앉아 커피를 갈고 있었습니다.
커피 가는 기계는 카스팔이 동무인 제펠과 함께 할머니의 생일날에 축하 선물로 보내 드린 것입니다.
그것은 둘이서 연구하여 만들어 낸 새로운 기계 였습니다. 손잡이를 돌리며,
'5월은 모든 것이 새롭게......'
라는 노래가 흘러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랍니다.
커피를 가는 이 새로운 기계를 받고 난 다음부터 할머니는 커피를 가는 일이 몹시 즐거워서, 커피를 전보다도 두 배나 더 많이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모래 자국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찾는 데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 숲 속으로 모래 자국이 또렷이 나 있었거든요.
카스팔은 대뜸 그 모래 자국을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제펠이 카스팔의 옷자락을 꽉 붙들었습니다.
"잠깐, 그러기 전에 우리들은 변장을 해야 해."
"변장이라니?"
"뻔하지 않아, 대도둑 호첸플로츠가 우리들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꾸며야지."
"음, 그것도 그렇겠군. 하지만, 변장하여 입을 못을 갑자기 어디서 구해 온담?
"아주 쉽지. 내가 내 모자를 네게 빌려주고 그 대신 나는 네 뾰족 모자를 바꿔 쓰는 거야!"
"자아, 오너라, 오너라,
어디에 가 있든지
이 모자의 주인이여,
모습을 나타내라!
모자가 있는 곳에
곧 그 주인도 있어야지.
호크스 포크스. 자, 썩 나타나라!"
대마법사 페트로질리우스 쯔바켈만이 중얼중얼 하고 주문을 외자, 곧 굉장한 소리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방 안 마룻바닥에서 빨간 불길이 오르며 마술의 동그라미 한가운데, 십자 모양으로 서로 엇갈리는 곳에 나타난 것은 바로 제펠이었습니다.
진짜 제펠이었지요.
이 모자의 주인인 제펠 말이에요.
제펠은 왼손에 검은 가죽 장화를 들고 오른손에는 구둣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일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모자의 진짜 주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때 두 사람의 놀란 얼굴은 어느 쪽이 더 심한지 가릴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카스팔의 친구 제펠도, 악당 대마술사 페트로질리우스 쯔바켈만도 서로 똑같이 놀랐습니다.
호첸플로츠 시리즈의 시작이자 호첸플로츠와 카스팔, 제펠의 바라지 않는 인연의 서막이 여기에 있습니다. 호첸플로츠 시리즈는 이야기의 서두가 엄청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가장 유명한 건 할머니의 소시지와 양배추이겠지만 노래하는 커피 그라인더도 못지않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샛노란 벤치에 앉아 따듯한 해살 아래서 노래와 한께 갈리는 커피콩과 그 커피향. 당장에라도 할머니 옆에 앉아 같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네요. 호첸플로츠의 남녀노소 거릴 것 없는 악당짓도 대단합니다. 어린이 책인데도 협박, 강도, 납치, 인신매매, 사기, 불법 거래가 고구마 줄기마냥 끊임없이 연결되어 나오거든요. 카스팔과 제펠이 참으로 용감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로 아이들이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이라 엄마의 마음으로 이걸 응원해야 하나 마나 싶습니다. 이야기의 끝자락에서 할머니는 맛있고 진한 커피를 내려 아이들에게 그동안의 모험담을 들으시지요. 그렇지만 할머니, "어머나 무서워라!"가 아니라 이 용감하고 앞뒤 안 가리는 아이들의 엉덩이를 때려줬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요? 뭐 그래도 그렇게 잘했다 잘했다 하셔서 호첸플로츠가 후춧가루 총을 들고 나타났을 때 카스팔과 제펠이 또 용기 있게 행동한 것이겠지만요. 대마법사 페트로질리우스 쯔바켈만도 빼놓을 수는 없지요. 1회 성 서브 악당이긴 하지만 감자를 몇 양동이씩 먹는 사랑의 배신남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잊히지 않네요. 일러스트 또한 내용과 캐릭터와 찰떡이라 보고 또 봐도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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