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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전집

[메르헨 전집_학원 출판사]35. 작은 티스푼 아주머니

by 사서를꿈꾸는직장인 2024. 6. 26.

"이봐라, 항아리야. 나는 언제나 너를 좋아했고, '이렇게 좋은 항아리는 세상에 또 없을 거다.' 하고 모두에게 말해 왔었지. 만일 네가 그러려고 생각하기만 하면, 너는 지금 곧 요리대에 가서 네 손잡이를 써서 레인지의 불을 켤 수 있을 거다. 틀림없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자 항아리는 우쭐해서 아주머니의 말대로 했습니다.

그런 다음, 아주머니는 프라이팬을 보고 말했습니다.

"나는 이 프라이팬을 사러 갔을 때의 일을 절대로 잊지 않아요. 그 때 가게 안에는 프라이팬이 얼마든지 많이 있었지만 나는 가게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바로 당신 머리 위에 걸려있는 그 프라이팬을 팔아야지 딴 것은 소용없어요. 왜냐 하면 이 세상에서 저 프라이팬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언제고 내게 곤란한 일이 있으면 틀림없이 저 프라이팬은 혼자서 레인지 위에 올라가 앉을 거예요.' 라고 말이지."

그러자 프라이팬은 아주머니의 말대로 레인지 위에 올라가 앉았습니다. 그리고 프라이팬이 알맞게 뜨거워졌을 무렵 항아리는 몸을 조금 기울여서 빵케이크 반죽을 프라이팬에다 부었습니다.

드런 다음 아주머니는 또 말했습니다.

"난 전에 핫케이크가 길을 대굴대굴 굴러간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건 정말이지 바보 같은 이야기였어. 하지만 이 프라이팬에 들어 있는 핫케이크라면,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이 위로 뛰어올라 뒤집어질 거야. 틀림없다니까."

그러자 핫케이크는 우쭐해져서 아주머니의 말대로 했습니다.

작은 티스푼 아주머니_프뢰이센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내놓기로 하자. 얘야, 어서 지붕밑 다락방으로 가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쓰던 장식과 얇고 예쁜 종이를 가져오너라. 그것으로 옷을 만드는 거다!"

여자아이는 아주머니 말대로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얇은 녹색 종이로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만들게 하고 거기에 유리구슬 네 개를 달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은종이로 만든 예쁜 모자에 깃털 장식을 달고, 천사의 뱃속에 채워 넣은 것을 꺼내어 아름다운 고수머리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준비가 다 되자 말했습니다.

"나를 빈 비누곽에 넣어 다오. 그리고 이제 떠나기로 하자.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 두이야해. 나는 여느 인형이 되어 싶지는 않아요. ...... 태엽이 장치된 인형이 될 생각이니까...... 내가 눈짓하거든 너는 나사를 감도록 해라."

작은 티스푼 아주머니_프뢰이센

메르헨 전집에서는 작은 티스푼 아주머니였지만 재판된 책들은 호호 아줌마로 바뀌어서 나오더군요. 일러스트는 비슷한 톤이던데 원작의 것을 쓰는 것인지 비슷하게 새로 그린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왜 호호 아줌마였을까요? 딱히 아주머니의 이름이 책에 나온 것 같진 않았는데요. 참, 저의 인용구들은 전집 책에 인쇄된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라 오탈 자나 현재 맞춤법에 맞지 않는 구어들이 있습니다. 이젠 어릴 때에는 아무리 작아져도 할 일이 태산 같고 시간에 쫓겨도 긍정적으로 척척해치워 내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특별해 보였다면 지금은 혼자 장도 못 보고 밥상이 때에 맞춰 안 나오면 구시렁대고 차려준 식사에도 월귤 잼이 없다고 말은 없이 한숨을 푹푹 쉬는 남편을 이리저리 구슬리고 맞춰주는 똑똑이 아주머니가 더 와닿네요. 이게 바로 경험과 공감의 힘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