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발사가 머리에 손질하고 빗질하면서 곱슬곱슬하게 해 주자, 세 도둑들은 매우 기분이 좋아져서 거울 속을 한참 동안 홀린 듯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카스펠이 말했습니다.
"이게, 카스펠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거야."
에스펠이 말했습니다.
"이게 에스펠이라고는 정말 아무도 모를 거야."
요나단이 말했습니다.
"나를 요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마 없을 거야."
"자아, 빨리 나와! 탑에 불이 났다. 어서 불을 끄러 가자!"
도둑들은 화살처럼 뛰어 나갔습니다. 바스찬도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려갔습니다.
바스찬이 소리쳤습니다.
"저 탑 위에 개하고 앵무새가 있는데, 구해 주지 않겠나?"
카스펠이 말했습니다.
"한 번 해보지요."
그리하여 세 도둑들은 탑의 돌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읽을 때나 영화를 볼 때 항상 대흥분하는 클리셰가 있습니다. 클리셰이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모두가 기다린 사이다의 시작 또는 반전 또는 결말을 위한 첫 발이 되곤 하지요. 이 부분은 언제나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이기에 책이라면 그 부분만 다시 읽게 되고 영화라면 그 부분만 다시 보게 되는, 마법 같은 장면입니다. 예상되시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Make-over'입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아주 꼬질꼬질하다 못해 쿰쿰하고 톡 쏘는 시큼함까지 가졌을 것 같은 세 도둑들과 사자가 그려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메이크오버를 거치니 새사람이 되네요. 아이들에게 깨끗함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짜잔 하고 보여주는데 성공! 공주님은 아니지만 그래도 차밍한 세 남자가 되었습니다. 이건 현실에 찌든 어른의 눈에서 보이는 거지만 작가는 성선설 주의자가 틀림없습니다. 세 도둑들이 잡히고도 그동안 도둑들에 의해 손해 본 소시지 가게 주인이나 빵 가게 주인은 찾아오거니 성도 내지 않습니다. 순경은 그들을 유치장에 넣었지만 자신의 부인을 통해 재우고 먹이고 씻기고 입혀 새사람을 만들더니 결정적 순간에 그들을 적재적소에 끼워 넣어 신분세탁까지 해결하네요. 결국 이야기 내내 나쁜 사람도 벌받는 사람도 없이 모두가 착하고 서로 돕고 반성하고 또 각각의 쓰임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안고 가겠다는 그 의지! 한국의 전래 동화는 그런 면에서는 참 양극단이지요. 언제나 선악이 확실하고 선은 늘 옳고 결국 잘 되고 악은 늘 나쁘고 결국 망하니까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두 개 모두 다 꿈같은 이야기라는 게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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