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닥쳐왔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마치 늑대의 울음소리처럼 온 숲에 울려 퍼지며 작은 가지를 흔들었습니다.
추위가 닥쳐왔다!
착한 아이야 어서 돌아오너라
얼기 전에
돌아오너라
추위가 닥쳐왔다!
온도계의 파랑새도
덜덜덜 덜덜덜
부리를 떨고 있단다
눈보라는 무섭게 나뭇가지를 때리며, 반초 앞에 얼음덩이를 내던졌습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차가운 바람을 뒤쫓으며 발가벗은 나무 사이를 빠져 달려갔습니다.
착한 아이야 어서 돌아오너라!
나뭇가지가 얼음 채찍에 얻어맞고
울고 있다. 빨리 오너라
깊은 눈에 발이 푹푹 빠지고, 바람이 맞은 쪽에서 불어닥쳐 반초의 걸음은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천천히 걸어라
좀더 천천히......
눈보라가 자장가처럼 반초의 몸을 흔들어대며 노래해 주었습니다.
잘 자라 아가야
따뜻한 눈이불에 묻혀서
고이 자라 아가야
고달픈 아가도 잠의 나라로
잘 자라 아가야
눈이 노래하고 바람이 흔들며 안아 주며......
"아아, 나는......"
반초는 눈 위에 쓰러진 채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나, 떠날 거야."
헤이키도 걸음을 멈췄습니다. 책은 한 권도 들어 있지 않은데 갑자기 가방이 무거워진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새 장화가 헤이키의 발을 죄는 것 같았습니다.
"요케, 가지 마."
헤이키는 부탁했습니다.
"나는 떠날 테야. 이제 여름이 끝났잖이. 두루미들도 다 가버리고 말이야. 트롤은 두루미를 타고 가는 거야."
"하지만 너 지난 해 겨울에는 여기서 즐겁게 보냈잖아. 가는 건 그만둬."
"아냐. 가야 해. 이제 곧 겨울이 오니까."
헤이키는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딸꾹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등을 두드려 둬. 심한 딸꾹질이야."
요케는 헤이키의 등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글쎄 봐. 내 꼬리가 이렇게 돌잖아."
요케가 가락을 맞추어 꼬리를 빙글빙글 돌렸기 때문에 헤이키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럼 말이야. 너는 학교로 가. 나는 떠날 테니까."
이렇게 말하고 요케는 숲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도중에 빙글 곤두박질을 쳤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나 곤두박질을 치면서 숲으로 갔습니다.
숲 어귀에서 요케는 멈춰서더니 꼬리를 휙휙 휘둘렀습니다. 헤이키도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요케의 모습은 숲 속으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헤이키는 혼자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하늘 높이 새의 힘찬 날개짓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헤이키가 고개를 들자 허공을 지나가는 큰 두루미 떼가 보였습니다. 가만히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맨 앞에 있는 두루미 등에 요케인 듯한 트롤이 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분명하지 않았으나 다시 한 번 자세히 바라보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틀림없는 요케였습니다.
책 제목은 '거짓말해서 미안해요'지만 사실 두 개의 이야기가 한 권에 같이 있습니다. 아마 같은 작가의 이야기라서 한 권으로 묶어 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숲 속의 친구'를 더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이별이 담담하게 그려져서 오히려 순수하고 아름다워요. 어른이라면 이별 이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복합적인 표현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 아이들은 오히려 그 순간만을 받아들이니까 그런가 봐요. 사실 이 전집을 다시 읽어가면 '아 이런 책도 있었네' 싶은 책들이 꽤 되는데 이 책도 그래요. 오래 기억 남을 큰 에피소드는 없지만 다시 읽으면 잔잔하게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 만의 특별함이 있어요. 이런 이야기들도 그리워하셨던 분들이 있기를 바라요. 영화 'Coco'에서 현실 세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죽음의 세계의 영혼이 소멸되는 걸 기억하시나요?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분명 우리와 함께 있었지만 잊히고 나면.. 존재가 사라지죠. 세상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도 기억할 수도 없겠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책들 만큼은 언제까지나 함께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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